월가 대형 투자사들, 농토 사들여 수자원 권리 확보후 물 팔아 넘기는 신종'물장사' 논란

[뉴스분석]

애리조나 사막 마을 물 거래 놓고 연방 법원 소송
가주 등 여기저기 관개 농토 대량 매입 이슈 부각

미국 투자사들이 가뭄에 시달리는 서부 지역에서 농토를 사들여 수자원 권리를 확보한 뒤 '물장사'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CNN 인터넷판은 22일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 서해안과 남서부 주들에서 이런 사업을 벌이고 있는 투자사들과 지역사회 사이의 마찰을 전했다.

애리조나주 소노라사막에 있는 조그만 마을 시볼라에서는 매스뮤추얼 '그린스톤 매니지먼트 파트너스'라는 투자사가 최근 500 에이커(200만㎡)의 농토를 사들였다. 그린스톤은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에 본사를 둔 생명보험업체 매스뮤추얼의 자회사다.

300명 안팎인 시볼라 주민들은 목화와 알팔파 등의 작물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최근 10여년간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미국 서부의 젖줄인 콜로라도강의 물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애리조나주가 배당받는 양도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린스톤은 홈페이지에서 자사의 목표가 "공익과 사기업 양쪽에게 이로운 물 거래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 회사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린스톤이 시볼라의 가장 귀중하고 제한된 자원인 물을 가지고 돈을 벌려고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당국이 콜로라도강을 개발해 수자원 권리를 할당해 주는 제도가 생긴 것은 원래 농토를 경작하는 농민들을 위한 것이었으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볼라 주민이며 라파즈 카운티 지방의원인 홀리 어윈은 "이 회사들이 땅을 사는 이유는 여기서 농사를 짓고 지역사회의 일부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이 여기서 땅을 사들이는 목적은 수자원 권리"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톤은 농토 매입으로 확보한 수자원 권리를 활용해 2천700만 달러어치의 콜로라도강 물을 약 300km 떨어진 피닉스 근교 '퀸스크릭'이라는 소도시에 파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연방 국토개발국은 이 거래에 "주목할만한 환경상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며 거래 승인 결정을 내렸고 퀸스크릭 시의회는 작년 9월 물 구매계약을 최종 승인했다.

그러나 모하비·라파즈·유마 등 애리조나주의 3개 카운티는 연방 국토개발국이 이런 물 거래를 승인해준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리조나 연방지방법원 4월 말에 판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어윈 의원은 "우리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고 우리 지역사회는 물이 필요하다"며 "주정부는 여기 있는 주민들을 보호하고 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수자원 권리를 확보해 큰 돈을 벌고 대도시 지역 주민들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이들의 비위를 맞춰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업을 벌이는 것은 그린스톤뿐만이 아니다. 미국 동부에 본사를 둔 여러 투자회사들이 미국 남서부 지역에 관개 농토를 수천 에이커 사들였다. 이 중 뉴욕에 본사가 있는 '워터 애싯 매니지먼트'라는 투자사가 특히 '큰손'으로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네바다에 농토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뉴멕시코와 텍사스에서도 거래 계약 체결 절차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