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수도 키이우를 향해 날아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과연 차기 대통령을 뽑기 위한 투표를 할 수 있을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임기를 불과 7개월여 남겨둔 가운데 당초 내년 봄으로 예정됐던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쟁 중 대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가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젤렌스키는 2019년 3월31일 선거에서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돼 같은해 5월20일 취임했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대통령 선거일은 임기 5년 차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헌법대로라면 내년 3월31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발동한 계엄령에 따라 선거가 유예돼 있다. 선거를 치르려면 총선의 경우 최소한 일시적으로 계엄령을 풀어야 하고, 대선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대선 논의가 계속되는 이유는 대선을 치러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세워온 통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서방이 압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8월 키이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공격받는 중에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우크라이나 국내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히려 적극적이다.

그는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안보의 문제"라며 국제사회의 감시를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대선을 치르는 데 찬성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점령지 주민이 보복당하지 않고 투표하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넘어야 할 장애물로 언급했다.

시민 네트워크 OPORA에서 선거를 감시하는 올하 아이바조우스카는 "예정된 선거는 우리 민주주의에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과 군인, 점령지 주민 등이 투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반대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격화한 국면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성이 오히려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반대파들은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경선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만큼 젤렌스키 대통령의 새 임기를 열어주는 절차에 그칠까 봐 우려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발레리 잘루즈니 군 총사령관, 야권 인사 세르히 프리툴라 등이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현역 군인 신분이어서 출마가 제한된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희극배우 출신인 세르히 프리툴라는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러시아 침공 이후에는 정치 활동을 중단하고 드론과 방탄복 등을 전장에 보급하기 위한 기부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 대선을 치른다면 젤렌스키 대통령 당선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