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국내 체류 중국인 범죄율 1.65%…내국인 평균치보다 낮아
전문가 "무분별한 혐중 정서 경계해야…외국인 범죄 예방대책도 필요"
최근 경기 남부지역에서 전투기를 무단 촬영한 중국인들이 잇달아 붙잡히는가 하면 중국동포가 벌인 흉기 사건까지 이어지며 중국인 범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범죄 사건이 무분별한 혐중 정서나 외국인 혐오 분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관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들이 활발히 논의돼야 한다고도 제언한다.
◇ '4명 사상' 살인범 검거…군사시설 무단 촬영도 잇달아
21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중국 국적의 중국동포 차철남(57)이 시흥시 정왕동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동포 형제 2명을 살해하고, 이틀 뒤 자기집 인근 편의점주와 자기집 건물주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검거됐다.
차철남은 살해한 형제의 경우 빌려준 3천만원가량을 갚지 않아서, 편의점주와 건물주는 각각 자신에 대한 험담을 하거나 무시해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중국동포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벌인 흉기 사건은 19일 새벽 화성시 동탄호수공원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이 공원을 찾은 40대 중국동포는 수변 상가의 주점 데크에서 술을 마시던 20대 남녀 5명에게 흉기를 들고 돌진했다.
그는 이 중 남성 1명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그를 뒤쫓으며 위협한 뒤 도주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하루 전인 18일에는 화성시 병점동의 음식점에서 50대 중국동포가 길거리에서 허공에 대고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최근 두 달 새에는 중국인과 대만인이 공군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도 이어졌다.
지난 3월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주둔한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는 중국 국적의 10대 2명이 이·착륙 중인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하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중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조사 과정에서 이들 1명의 아버지가 중국 공안이라는 진술도 나왔다.
지난달에도 미군 군사시설인 오산 공군기지(K-55) 부근에서 같은 중국인 2명이 여러 차례 무단으로 사진 촬영을 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다만 이들은 대공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불입건됐다.
지난 10일에는 대만인 2명이 오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2025 오산 에어쇼'에 내국인들 틈에 끼어 몰래 들어가 미군기지 내부 시설과 장비를 불법 촬영했다가 13일 경찰에 구속됐다.
◇ 실제 범죄율은 내국인 평균보다 낮아…"개별 범죄에 혐오 정서 주의해야"
흉흉한 범죄를 저지른 중국인 피의자들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국내 중국인의 실제 범죄 양상은 어떨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중국인 피의자 수는 1만6천97명으로, 2023년 1만5천533명보다 소폭 늘었다. 그 이전에는 2022년 1만5천85명, 2021년 1만4천503명, 2020년 1만7천116명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살인, 강도, 강간·추행에 해당하는 강력범죄별 피의자 수만 놓고 보면 전체 외국인 피의자 768명 중 33.3%(256명)가 중국인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중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이 36.2%(95만8천959명)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11.5%(30만5천936명), 태국 7.1%(18만8천770명), 미국 6.4%(17만251명), 우즈베키스탄 3.6%(9만4천893명) 순이었다.
특히 국적별 인구 중 범죄 피의자 비율을 놓고 보면 중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통계 사이트에 공개된 가장 최근 수치인 2023년 기준 국적별 범죄 피의자 수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내국인의 범죄율은 2.36%, 국내 체류 중국인의 범죄율은 1.65%로 나타났다.
8대 강력 범죄율로 봐도 같은 해 기준 내국인 피의자 수는 2만4천149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0.047%, 중국인은 293명으로 0.031%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범죄 사례가 무분별한 혐중 정서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인이 저지른 개별 사건을 접하고서는 평소 갖고 있던 차별과 편견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정치적인 이슈에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연관 지어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이를 정치적 선전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혐오 정서에 대해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우 치안 상황과 문화, 생활 양식 등이 한국과 다른 만큼 그 간극에서 비롯된 문제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의 규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검거를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범죄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촉발될 수 있는 만큼 면밀한 현황 분석과 범죄율을 줄이기 위한 대안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첨언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s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