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찬사 보내다 하루아침에 '범죄 소굴' 취급

[뉴스포커스]

대규모 투자중 '사상 최대 검거 작전 배경 주목
최대 동맹국, 전문직 비자 쿼터에선 '뒷전' 신세
'기업 무비자 관행'에 제동, 비자 동맹 구축 시급

한국에 수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일 현지 한국 공장 노동자를 대거 체포하자 미 정부가 이번 단속 작전을 추진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국내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예정된 시기에 이번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미 이민 단속 요원이 덮친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은 조지아주 정부가 ‘지역 최대 경제 개발 프로젝트’라는 찬사를 보냈던 대표적인 한국의 대미 투자 사업이다. 지난해 생산을 시작한 현대 전기차 생산 공장은 현재 12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모두 85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이번 이민 당국의 급습으로 ‘범죄자소굴’ 취급을 당한 셈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단일 장소에서 이뤄진 단속 중 역대 최대 규모”라 자찬하면서 “제보를 받아 몇달 동안 내사한 끝에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영장에는 중남미에서 불법 입국한 이민자 4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정작 체포된 사람 대다수는 한국인 직원들이었다. 당국이 애초 대대적인 검거를 계획하고 단속 요원을 투입한 것이다. 해외 기업들에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압박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정작 대표적인 대미 투자 기업 중 하나를 겨냥해 사상 최대 검거 작전을 펼친 셈이다.
이번 사건은 한미 간 외교 현안으로 비화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 내 최대 투자국 중 하나지만, 전문직 비자 쿼터에선 여전히 뒷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캐나다·멕시코·싱가포르·호주·칠레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은 국가별 비자 할당을 보장받지만, 한국은 빠져 있다. 재계는 오래전부터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E-4) 신설을 요구했으나, 미 의회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미 간 비자 문제에서 제도적 안전판이 부재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동맹이라 부르면서도, 사람 문제에선 여전히 동등하지 않다는 현실을 환기시키고 있다. 사정이 어찌 됐든 미국 내에서 '기업 무비자 관행'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기조 속에 ICE는 불법체류자 문제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냉혹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와 기업도 비자 문제를 이대로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의 단속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돈 대고 뺨 맞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돼선 안된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외교 협상력을 발휘해 '비자 동맹'을 구축하고 차제에 비자 제도 개선과 기업의 자구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기자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