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법협약에 주변국 오염 방지 의무…피해우려시 제기하는 잠정조치 신청도 검토

'국민 우려' 미국에 전달…중국과 손잡고 국제사회 반대 외교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국제해양법재판소로 가져가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이미 과거 검토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대응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라 해양 방류를 막기 위한 묘수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교부는 14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에 한 줄로 "국제사법절차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전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외교부 차원의 대응을 설명한 것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1982년 12월 10일 채택된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에 따라 설치됐으며, 이 협약의 해석 및 적용과 관련한 분쟁에 대해 관할권이 있다.

해양법 협약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해양 오염 손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환경단체 등에서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이 이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소는 지역별로 안배한 21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돼있으며 한국(백진현 재판관)과 일본 국적 재판관이 1명씩 있다.

정부도 일본의 방류 결정 전부터 대응 방안의 하나로 해양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했으나, 지금까지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승소하려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따른 분명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일단 방류는 약 2년 뒤에야 시작되기 때문이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 전날 정부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제해양재판소 제소에 대해 "모니터링이나 국제사회 검증을 통해 '해양 방출이 굉장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며 "데이터를 모은 이후에 (제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돌아 한국 근해에 닿기까지 최소 4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는데 그때 가서 피해가 확인되더라도 오염수와 인과관계를 확립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정부 일각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제소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데 대한 부담도 감지된다.

정부는 피해에 대한 상당한 우려만 있어도 일본이 방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 조치'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협약 290조는 "재판소는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각 분쟁당사자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하여 또는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앞으로 일본이 방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객관적인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면 이를 이유로 잠정 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 주장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중대한 손상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는 근거가 축적돼야 가능하다.

외교부는 제소 검토와 함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을 집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외교부는 "우선적으로 방류에 대한 직접적 피해 우려가 있는 태평양 연안국을 대상으로 한 양자적 외교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계속적인 관계국과의 외교장관 회담 계기 우리의 우려와 관계국들의 관심을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주 미국 국무부를 접촉한 데 있어 전날 일본의 결정 이후 재차 주한미국대사관과 주미한국대사관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민 우려와 정부 입장을 미측에 전달했다.

외교부는 이날 열린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서도 중국 측과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일본 측의 상응조치가 미진할 경우 외교·사법적 해결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각자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