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인도태평양 대처" vs 시진핑 "민주주의, 특정국가 권한 아냐"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서로를 겨냥한 날카로운 발언을 주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시 주석 입에서도 '미국'이란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상대방을 염두에 둔 연설이라는 점은 너무나 명확했다.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 초점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은 미국이 대(對)중국 포위망을 거론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중국을 겨냥해 영국·호주와 발족한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공동성명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외교, 안보, 국방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과 우방을 옹호하고, 약자를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역시 구체적으로 상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방송 인터뷰에서도 한국, 일본, 대만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이 침략당하면 미국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을 공격했다.

그는 "평화롭고 발전된 세계는 여러 형태의 문명을 포용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특정 국가에 귀속된 특별한 권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를 반(反)민주주의 국가로 규정하면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겨냥해 "외부의 군사적 개입과 함께 이른바 민주적 변혁은 부정적 결과만 불러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절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국제사회를 향한 지원 경쟁도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발표보다 배로 늘린 1천억 달러, 전 세계적인 기아 퇴치를 위해 1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도 개발도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향후 3년간 3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20억 회분을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