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지방 유세 일정 중도 취소하고 급거 귀경

전문가 "일본 유권자 안보 위기감 키워 자민당엔 호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북한이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이 이날 후보 등록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일본 총선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과거 일본의 선거 정국에 맞물린 북한의 무력 시위는 보수 색채가 강한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10시 17분께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고 10시 20분께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후 일본 정부 측에서도 관련 발표가 쏟아지는 등 이전의 북한 미사일 발사 때와 비교해 한층 긴박하게 대응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북한에서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것이 발사됐다는 정보를 이날 오전 10시 23분께 공개하고 항해 중인 선박에 주의를 당부했다.

방위성은 오전 10시 15분과 10시 16분께 북한의 탄도미사일 2발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기자단에 "북한에 의한 탄도미사일 등의 거듭된 발사가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라며 경계 감시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발사된 미사일의 낙하지점이나 비행거리, 궤도 등에 대해선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이소자키 요시히코(磯崎仁彦) 관방부(副)장관도 "2발이 발사됐다"고 확인하면서 "이번 북한의 행동은 우리나라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자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에 있어서 심각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베이징 대사관 경로를 통해 북한에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취임 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처음 겪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대응은 긴장도가 더한 느낌을 줬다.

그는 오는 31일 투·개표가 예정된 중의원 선거(총선)에 출마한 자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막이 오른 첫날인 이날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도호쿠(東北) 지방을 찾았다.

후쿠시마(福島)시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고를 받은 그는 방위성 정보를 근거로 한국의 합참 발표와는 다르게 북한이 쏜 미사일이 2발이라고 밝힌 뒤 "지난달 이래 북한이 연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매우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쏜 미사일에 의한 일본 측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 기시다 총리는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역 앞에서 거리 연설을 마친 뒤 아키타(秋田)현에서 예정돼 있던 나머지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신칸센 편으로 귀경길에 올랐다.

기시다 총리는 센다이역 앞의 연설에선 "우리는 선거 첫날 긴박한 국제 정세 속에 있음을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또 트위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이날 오후 국가안보회의(NSC)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지역구인 지바(千葉)현에 있던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도 일정을 취소하고 관저로 복귀했다.

4년 전인 2017년 10월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 때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끈 최대 쟁점 중 하나였다.

당시 자민당을 이끌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선거 유세 기간 내내 가는 곳마다 북한이 초래할 안보 위기 상황을 거론하면서 강경 대응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2017년 총선에서 자민당이 연립정부 파트너인 공명당과 함께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베의 이른바 '북풍몰이'가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달 새롭게 출범한 기시다 내각의 신임을 묻는 무대인 일본 총선 시작일에 맞춰 발생한 북한의 이번 무력 시위도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일본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SLBM이라면 한미일 3국의 북핵 수석대표 회동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결과적으론 일본 유권자들의 안보 위기감을 키워 보수정당인 자민당 입장에선 표를 모을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