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 차별, 결국 뒤집힌 순위…전기차 점유율 2위 국산차 3위로

[긴급진단]

'반사이익' 포드 판매 급증, 2위 꿰차
 현대 '2025년까지 유예'요청 모르쇠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뒤집혔다. 미국 대표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올 11월 기준 종전까지 테슬라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았던 현대차·기아를 제치고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미국 전기차 판매시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던 현대차·기아가 포드에 2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북미지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IRA의 차별 조항에 결국 발목이 잡힌 것이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대표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올 11월 기준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7.4%로 지난해 같은 달(5.7%)보다 1.7%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을 근소하게 제친 것으로, 미국 내에서 테슬라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것이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올 들어 11월까지 미국 내에서 5만3752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며 "1년 전과 비교할 때 2배 이상(102.6%) 더 많이 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과 전기 밴인 'E-트랜짓' 등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침체로 포드의 전체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전기차 부문은 성장세를 지속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IRA를 시행한 이후 포드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포드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과 'E-트랜짓', '머스탱 마하E' 등은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이다.

반면 올 1~9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하던 현대차·기아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생산 없이 한국서 수출로만 전기차를 판매하는 만큼 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포드 전기차를 살 경우 7500달러의 보조금을 챙길 수 있지만, 현대차·기아 제품을 구입하면 단 한 푼도 지원받을 수 없는 것이다.

올 11월 기준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에 수소연료전지차인 '넥쏘'를 포함한 현대차·기아의 친환경 차량 판매량은 5만4043대로 포드보다 여전히 우위에 있다. 하지만 넥쏘를 제외한 순수 전기차를 기준으로 집계하면 포드에 밀린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 미국판매법인이 공개한 아이오닉과 EV 모델의 전기차 판매량도 IRA가 도입된 지난 8월 이후 감소세다.

이와관련 한국과 일본, 유럽 등 각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미국 측에 IRA의 차별 조항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오는 2025년까지 IRA 적용을 유예해 달라"는 입장을 미 행정부와 의회 등에 수차례 전달했지만 뾰족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