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직원들 "진작부터 보안 문제 지적" 경영진 비판

감사원도 "보안 설비 기준 미달 상태" 경고…루브르, 20일도 폐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7분 만에 도둑들에게 털리면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던 박물관의 보안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19일(현지시간) 오전 9시30분께 4인조 도둑은 프랑스 왕실의 보석이 전시된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 보물 8점을 훔쳐 달아났다.

박물관의 센강변 외벽에 사다리차를 대고 건물 2층(프랑스식 1층)에 닿은 범인들은 창문을 부수고 내부로 침입한 뒤 두 개의 고성능 보안 유리 진열장을 깨고 보석들을 훔쳤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단 7분이다.

스쿠터를 타고 도주한 이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문화부는 상상할 수 없는 도난 사건에도 박물관 보안 시스템에는 결함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화부는 "경보가 작동했으며 전시실과 인접 공간에 있던 박물관 직원 5명이 즉시 개입해 보안 프로토콜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은 이날 저녁 TF1뉴스에 출연해 "박물관의 취약성은 오래된 문제"라고 현실을 인정했다. 다티 장관은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이 대형 박물관들의 보안 강화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박물관을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박물관 직원들은 보안 시스템을 현대화할 '안전 계획'이 연기된 점을 지적하며 반복되는 자원 부족 탓에 보안에 치명적 허점이 생겼다고 비난했다.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 문화 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보안·예방 장치에 대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감사와 감시, 방문객 안내 인력의 보강, 조사 결과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했다.

또 다른 노조 역시 성명에서 "지난 3년간 내부에서 이뤄진 예산·인력 배분 결정이 박물관의 핵심 사명인 문화 유산·건물·소장품·인력 보호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경영진의 책임이 결정적이며 이제 대통령과 문화 장관은 직원들이 제기한 경고를 고려할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르몽드가 접촉한 한 루브르 직원에 따르면 도난 사고가 발생한 아폴론 갤러리는 기존 6명이 아닌 5명이 감시하고 있다. 또 아침 첫 휴식시간인 30분 동안 단 4명만 근무한다. 범죄자들이 노리기 쉬운 시간대인 셈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감시원인 엘리즈 뮐러는 일간 르피가로에 박물관의 보안 부서가 "악의적 행위 위험에 대해 경영진에 경고해 온 지 몇 달이나 지났다"고 말했다.

뮐러는 지난 10년간 190개의 감시직이 사라졌다며 "경영진의 결정에서 박물관 보안은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박물관의 보안 취약은 회계감사원도 경고하고 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회계감사원은 12월 공개할 보고서에서 박물관 내 감시 카메라 같은 보안 설비가 기준 미달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보안 장비 현대화를 위한 기본 계획이 계속해서 지연돼 감시 카메라 설치는 주로 전시실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카메라 증설이 '나폴레옹 홀'과 같은 특정 전시실에만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임시 전시가 이뤄지는 나폴레옹 홀의 경우 현재 100%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반면 쉴리관은 60%, 리슐리외관의 75%는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증가하는 관람객 수에 비해 박물관의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1월 '루브르, 새 르네상스'란 슬로건을 내걸고 2031년을 목표로 박물관 보수·현대화 계획을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9일 도난사건 뒤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1월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보안 강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기억과 문화를 구성하는 유산의 보존과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도난 사고 당일 전체 문을 닫았던 루브르 박물관은 20일 일부 전시실을 개장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이틀 연속 폐관하기로 결정했다.

박물관 측은 홈페이지 안내에서 "어제 발생할 도난 사건으로 오늘 문을 닫게 됐음을 알려드린다"며 "이미 티켓을 예약한 방문객에겐 자동으로 환불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