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엄마-프랑스 아버지 13세 혼혈 소녀, '난치성 혈액질환' 희귀병 생사의 기로
[뉴스포커스/프랑스에서 보내온'엄마의 편지']
오클라호마주에서 태어나 8살때 프랑스 이주
병원 무균실에서 기증자 기다리며 홀로 사투
확률상 한국인 가장 적합, 미주에 도움 호소
"슬퍼할 시간 조차 부족해…기쁜 소식 오기를"
"어떤 날은 죽을만큼 힘들었다가, 또 견딜만 했다가…해요. 버텨내야죠. 엄마니까요." '엄마'이기 때문에 강해져야 한다. 김혜영씨는 희귀병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딸을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했다.
오클라호마주에서 태어난 맥신(13)은 한인 엄마 김혜영 씨와 프랑스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막내딸이다. 미국에서 자라던 맥신은 부모를 따라 8세때 프랑스로 이주했다.
프랑스 놀만디에서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던 맥신 가족에게 불행이 찾아온 건 지난 9월. 여느 때 처럼 산책을 마친 맥신은 별안간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병원에 가서 간단한 피검사를 하고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집으로 달려온 응급팀은 "위급상황이니 아이를 당장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라"고 했다. 맥신은 그때부터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맥신의 병명은 '중증재생불량빈혈'.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이다.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혈액을 만드는 골수 안의 조혈모세포가 부족해 혈액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난치성 혈액질환으로 유일한 완치법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하는 형제로부터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 환자는 10~20%정도다. 가족 중 일치자가 없으면 타인과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해야 하는데 확률은 2만 명당 1명에 불과하다.
일치자가 나타날 때 까지 환자는 평생 수혈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잦은 수혈은 감염과 출혈, 심부전과 당뇨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대부분 환자들은 자신에게 들어맞는 기증자를 기다리며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 김씨는 딸의 질병에 대한 이해조차 힘들었다. 한번도 크게 아픈적 없이 건강한 아이여서 희귀병에 걸렸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처음에 너무 힘들어서 이건 꿈이라고 현실을 부정했어요.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현재 맥신은 면역 억제를 위해 일반 병실이 아닌 무균실에서 외로이 병마와 싸우고 있다. 가족들은 묵묵히 그 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제 8학년밖에 되지 않은 어린 맥신은 오히려 가족들을 다독이며 의연한 모습이다.
"엄마 괜찮아. 기증자 나타날거야. 다 잘될거예요."
김씨는 "억장이 무너지지만 아이가 희망을 잃지않고 침착하게 잘 견뎌주고 있어서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지금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
김씨는 1분 1초가 모자르다. 프랑스 주요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하고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있으나 쉽지않다. 확률상 가장 기증에 적합한 사람은 한국인이다. 그러나 프랑스엔 한인 동포가 많지않아 성공률이 그만큼 높지 않다. 김씨는 결국 자신이 살던 미주 한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나섰다.
세포 기증 과정 간단
연락하면 키트 배달
맥신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그리 어렵지않다. 수술도, 마취도 필요없다. 현혈과 같은 방식으로 피를 뽑아 말초혈에서 조혈모세포만 채취하면 된다. 기증 희망자는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홈페이지 (join.bethematch.org)에 접속해 신청서와 동의서를 작성하면 구강 세포 채집 키트가 집으로 배달된다. 유전자가 일치하면 연락이 간다. 한국어(484-753-1900)로도 신청 가능하다. 누구라도 맥신의 기적이 되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