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해관계 상충 논란…금융개혁법 후속조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문제가 됐던 자산유동화증권(ABS) 판매사가 ABS 가격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챙기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25일 로이터통신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EC는 ABS에 이른바 '역베팅'을 금지하는 규정을 5인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며 앞으로 60일 동안 의견을 받는다고 밝혔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성명을 통해 금융위기의 사후 개혁이 미완이며 이번 조치가 투자자들과 더 넓은 시장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담보로 한 ABS 등 그림자금융의 부실에서 시작됐다.

당시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러 개를 묶은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팔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트레이더들은 자사가 판매한 이 같은 금융상품의 가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챙기는 식으로 베팅, 이해관계 상충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SEC의 조치는 2010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에 따른 것이다.

이미 2011년 SEC는 관련 규제를 내놓으려고 했지만, 월가의 반발에 부딪혀 중단됐고, 이번에 다시 추진됐다.

이번 규정에 따르면 증권을 매각한 후 1년 동안은 해당 증권을 공매도하거나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해 해당 증권 가격의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 금지된다.

규정은 ABS의 인수자, 최초 매수자 등에 적용되며 관련 계열사·자회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위험 회피(헤지) 활동, 시장 조성자 활동, 유동성 공급 약정 등은 예외다.

아울러 미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이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등도 예외가 된다.

이번 규정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표결에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 SEC의 공화당 측 위원들은 이번 규정이 합법적인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업계가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헤스터 피어스 위원은 이 규정이 언제 적용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다며 "설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 소재 로펌 메이어 브라운의 J 폴 포레스터 기업금융·증권 전문 파트너 변호사는 "이번 규정은 2011년과 같이 은행과 금융회사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