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대법원 '어퍼머티브 액션<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결정 촉각…"인종 보다 실력 고려, 유리할 듯"  

[뉴스분석]

백인 위주 입시정책 유불리 따라 변화 가능성
학부모 '기대 반, 걱정 반'…인종 갈등 우려도

연방 대법원이 29일 대학 입학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한인 사회도 이번 결정이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내 입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인 학생들이 우수한 학업 성적에도 불구하고 흑인·히스패닉 등에게 주어지는 인종 우대 점수에 밀려 진학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일정 정도 사실이라며 당장은 입시에서 다소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인종 다양성을 중시하는 아이비리그 명문대들의 경우 그동안 한인 등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았으나 입시 제도 변경이 불가피해지면서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이 제기된다.

LA에 있는 'A1 칼리지 프렙'의 이승준 국장은 "그동안 한인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SAT 평균만 봐도 한국 학생들이 월등히 높은데, 아이비리그는 SAT 만점 아니면 도전도 못 할 정도로 아시아계에 문이 좁았다"고 말했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으로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에게 자리를 주다 보니 아시아계가 들어갈 자리는 상대적으로 더 좁아지고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한인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단 설명이다.

이 국장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없어진 이후 한인 학생들이 UCLA나 버클리대에 가기 쉬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UC 캠퍼스들은 입시 제도가 좀 더 투명해서 한국 학생들이 준비하기가 더 유리한데, 아이비리그는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는 등 불투명해서 완벽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도 진학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아시아계의 진학 비율이 높아지고 백인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결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미국의 교육 정책이 다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이비리그 등 (유명) 대학을 이끌어가는 주류가 백인들이고, 후원자들도 백인이 압도적이다 보니 입시 역시 그들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어바인시의 엘리트학원 김원아 원장도 "아시아계 학생들에게는 아주 작은 자리라도 더 늘어나는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특히 과학기술·공학·의료 등 분야에서 인종 다양성보다 실력이 고려되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흑인·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사이의 인종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버드대 아시아계 미국인 연합도 성명을 내고 "오늘 결정은 유색인종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제한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흑인, 라티노, 미국 원주민, 태평양계 출신 학생의 거의 절반이 줄어들겠지만, 그 대부분의 자리는 아시아계가 아닌 백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종이 대입 영향 미쳐선 안돼”
한인 등 아시안 70% 이상 대학입시에 인종 고려 반대

미주 한인 10명 중 7명 이상은 대학 입학 과정에서 인종이나 민족이 고려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7006명을 대상으로 실시·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인 72%는 “인종이나 민족이 대학 입학에 고려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답했다. 한인 외에도 인도계(77%), 중국계(76%), 필리핀계(76%), 베트남계(76%), 일본계(70%) 등 대부분의 아시안 민족은 70% 이상이 대학 입학시에 인종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대신 성적 등 정량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 대학 입시에 반영돼야 할 사항이라고 아시안들은 밝혔다. 아시안 중 87%가 고등학교 성적이 대학 입시에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고, 71%는 사회봉사, 71%는 표준화한 시험 점수가 대학 입시에 반영돼야 할 항목이라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