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평균 신장 175.52cm, 여자 평균 신장 163.23cm
[팩트체크]
지난 100년간 세계 최다 성장 민족 중 하나
20세기 폭풍 성장, 조선시대보다 15~20cm↑
남녀 평균 신장 아시아 지역에선 최고 수준
생활 수준 향상과 영양 상태 개선등이 큰몫
"요즘 한국인은 키도 크고 비율도 좋다."
최근 가요, 드라마 등 한류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예전과 달라진 한국인의 외모가 부각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서는 "한국인이 서양인 못지않게 키가 커졌다", "이제는 아시아에서 롱다리 민족"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과연 한국인이 일명 '롱다리'로 불리는 서구인과 비슷할 정도로 키가 커졌을까.
◇평균 키 男 세계 66위 女 59위
각종 통계자료를 분석해보면 19세를 기준으로 한국 남성의 평균 키는 175.52cm로 세계 195개국 중 66위, 여성은 163.23cm로 59위로 중상위권 수준이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인은 지난 100년간 전 세계에서 키가 많이 큰 민족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인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사람들과 비교해 키가 가장 큰 편인 것은 사실이며, 일반 서구 국가 사람들과 비교해도 이제는 키가 작은 편이 아니다.
한국인은 상체보다 하체가 길어지는 일명 '롱다리형'의 서구형 체형으로 점차 바뀌고 있지만, 머리 크기 등 동양인 특유의 모습이 바뀌지 않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러한 한국인의 키와 체형 변화는 경제 성장과 함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 신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조선시대 男 161.1㎝, 女148.9
조선시대에 한국인의 키는 어느 정도였을까.
서울대 의대 해부학 교실 황영일·신동훈 교수팀이 15세기 이래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116명의 유골에서 채취한 넙다리뼈(대퇴골)를 이용해 평균 키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161.1(±5.6)㎝, 여성 148.9(±4.6)㎝로 각각 분석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선시대 한국인의 평균 키는 조선 초기인 15세기 초부터 구한말인 19세기 말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인은 15세기 이후 정체된 평균 키가 20세기 초부터 급성장하는 특징을 보였다.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영양 상태가 개선되며, 키 성장이 가속화됐다.
조선시대 남성의 평균 키(161.1㎝)는 다른 서구 국가에 비해 매우 작았다. 비슷한 시기에 서구 국가들의 평균 키는 스웨덴 169.6㎝(17세기), 영국 168.1㎝(12~18세기), 네덜란드 166.7㎝(17~19세기), 독일 169.5㎝(16~18세기), 포르투갈 165.7㎝(15~19세기), 미국 173.4㎝(17세기 후반~19세기 후반) 등으로 한국인보다 훨씬 컸다.
◇최장신국 남녀 모두 네덜란드
하지만 이제는 한국인의 키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작은 편이 아닐 정도로 커졌다.
세계인구리뷰의 최근 대규모 비교 연구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95개국 중 19세 기준으로 한국 남성의 키는 전 세계 66위. 여성은 59위로 중상위권 수준이었다.
전 세계에서 남성의 키가 가장 큰 국가는▶ 네덜란드로 평균 183.78㎝였고 ▶몬테네그로(183.3㎝), ▶에스토니아(182.79㎝),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182.47㎝),▶ 아이슬란드(182.1㎝), ▶덴마크(181.89㎝), ▶체코(181.19㎝), ▶라트비아(181.17㎝), ▶슬로바키아(181.02㎝), ▶우크라이나·슬로베니아(180.98㎝) 순이었다. 북부 유럽 쪽 남성의 키가 세계적으로 월등하게 큰 수준이었다.
반대로 남성의 평균 키가 가장 작은 국가는 동티모르로 160.13㎝였으며 라오스(162.78㎝), 솔로몬제도(163.07㎝)가 그다음이었다.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평균 남성 키가 각각 175.66㎝와 175.52㎝로 가장 컸다. 이어 홍콩(174.83㎝), 북한(174.69㎝), 대만(173.53㎝), 싱가포르(173.5㎝), 일본(172.06㎝), 태국(171.61㎝), 몽골(170.62㎝), 말레이시아(169.2㎝), 베트남(168.89㎝), 미얀마(166.7㎝), 인도(166.5㎝)가 뒤를 이었다.
여성의 경우 전 세계에서 평균 키가 가장 큰 국가는 네덜란드로 170.36㎝였고 몬테네그로(169.96㎝), 덴마크(169.47㎝), 아이슬란드(168.91㎝), 라트비아(168.81㎝), 에스토니아(168.66㎝), 세르비아(168.29㎝), 체코(167.96㎝) 순이었다. 키가 가장 작은 국가는 과테말라로 150.91㎝였고 방글라데시(152.38㎝)와 네팔(152.39㎝)이 뒤를 이었다.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여성의 평균 키가 중국이 163.46㎝, 한국이 163.23㎝로 1, 2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161.3㎝), 북한(161.22㎝), 대만(160.7㎝), 홍콩(160.62㎝), 태국(159.42㎝), 일본(158.5㎝), 베트남(158.43㎝), 캄보디아(154.75㎝) 순이었다.
이런 통계를 보면 한국 남성의 평균 키는 일반적인 서구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작은 편이 아니며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건강과 영양 상태가 개선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여성 또한 서구 국가의 여성과 비교했을 때도 큰 편에 속함을 알 수 있다.
◇신장 성장률 타의 추종 불허
주목할 점은 한국의 경우 남녀 모두 지난 100여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가장 키가 많이 큰 국가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엘리오 리볼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공중보건 학장이 이끄는 연구팀의 '전 세계 200개 국가 남녀의 평균신장 1914∼2014년 어떻게 달라졌나'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여성의 평균 키는 이 기간 142.2㎝에서 162.3㎝로 20.1㎝ 커져 일본(16㎝), 세르비아(15.7㎝)는 물론이고 중국(9.5㎝), 미국(5㎝)보다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100년 전에는 한국 여성이 200개 국가 중에 5번째로 키가 작았지만 2014년 기준으로는 55번째로 키가 큰 국가로 변모했다.
한국 남성의 평균 키 성장 폭인 15.1㎝도 이란(16.5㎝)과 그린란드(15.4㎝)에 이어 3번째로 큰 폭이다. 200개국 가운데서는 100년 전의 150번째에서 2014년 기준으로 51번째 큰 키로 급등했다.
한국인의 경우 상체와 하체의 비율을 나타내는 다리 길이 비율이 모든 연령대에서 늘어, 키에서 하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이른바 '롱다리' 체형으로 변화가 지속된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인체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머리 수직 길이 대비 키의 비율을 보여주는 두신 지수(키/머리 길이)는 1990년 이후 7.2~7.3을 유지하고 있으며 머리 너비지수(머리너비/머리두께)는 모든 시대나 연령, 성별에서 동양인의 단두형 비율인 0.84~0.89를 보였다. 즉, 키와 몸무게 증가, 체형의 서구화에도 머리 크기 등 인체 비율은 한국인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큰 키' 축산물 소비 증가 연관
이처럼 한국인의 평균 키가 커지는 등 체격이 향상된 데는 축산물의 소비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농협 축산경제연구소의 'NH 축경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평균 47.6㎏으로 1970년 5.2㎏ 대비 9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인의 1인당 우유 소비량도 1970년 1.6㎏에서 2013년 71.6㎏으로 44.8배 증가했다.
이는 해방 이후 1960~1970년대 경제 개발기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육류 등의 식품이 밥상에 많이 오르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