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투입 다음날 온라인 예약 손님 31%까지 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안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수도 워싱턴DC에 주방위군을 투입한 이후 시내 식당 방문객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워싱턴 지역방송인 WUSA9에 따르면, 온라인 식당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의 집계 결과 지난 11일부터 워싱턴DC 식당 손님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11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의 경찰 업무를 연방정부 직접 통제하에 두고, 군을 수도 치안 강화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당일이다.

온라인 예약 후 식당을 방문한 손님은 11일에 전년 대비 16% 줄었고, 주방위군이 실제 투입된 당일인 12일에는 27%, 그다음날인 13일에는 31% 줄었다. 토요일인 16일에는 2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DC 외식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조치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 11개월 연속 전년 대비 예약 건수가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군이 도시로 들어와 치안활동을 벌이면서 다시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각국 외교사절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워싱턴DC 거리에서는 주방위군과 군용차가 목격되고 있다.

군은 워싱턴DC의 각종 기념물 경비와 순찰 활동에 투입됐고, 시내 기차역 앞에는 군용 험비 차량이 배치됐다. 기차역 앞 광장의 노숙자 텐트도 일부 철거됐으며, 시내 유흥 지대에서는 대대적인 검문이 시행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워싱턴DC에서 지난밤 6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DC에서 300명 이상 체포. (체포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어젯밤만 해도 연방정부와 DC의 법집행 파트너들이 68명을 체포하고 불법 총기 15정을 압수했다"면서 "살인 용의자, 마약 밀매범 등이 기소되고 있다. DC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곡예쇼(stunt)"에 불과하다면서 정치적 위기 타개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NBC뉴스에 출연해 "워싱턴D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저 곡예쇼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에게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신의 지지층이 왜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지, 왜 권력자를 보호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싫어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옹호했다.

펜스 부통령은 CNN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지지한다. 미국 국민은 대통령이 나라의 수도 거리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단호한 조처를 하고, 또 모든 도시와 마을,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자원을 전국에 계속 제공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펜스는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섰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에 대해 쓴소리를 해왔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