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공포 지하벙커 은신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 '2파전'

[이란]

하메네이, 3명 후보 지명 한 명 선택 지시
부친 강경책 대변 차남, 부자 세습 걸림돌
하산 호메이니, 개혁파·보수파 모두 친분

미국·이스라엘과의 군사적 충돌 국면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 후계자 선정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메네이는 미국의 폭격 전에 자신이 암살당할 경우에 대비해 자신의 뒤를 이을 3명의 후계 성직자들을 지명하고 지하방공호(벙커)에 몸을 숨긴채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는 장기 집권과 반대파 탄압, 고질적인 경제난 등으로 국민들의 적지 않은 불만에 직면해 있으며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으로 정권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터라 후계 구도가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은 내부 관계자 5명을 인용해 2년 전 하메네이가 후계자를 찾기 위해 임명한 3인 위원회는 최근 후계자 선정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후계 구도가 2파전 양상으로 좁혀졌다고 전했다. 이미 국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88명의 고위 성직자 기구 ‘국가지도자운영회의’에 자신이 암살될 시 지명한 후보 3명 중 1명을 신속히 후계자로 임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후계자는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56)와 이슬람 혁명을 이끈 고(故)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의 손자 하산 호메이니(53)이다. 
하메네이는 지금까지 후계자에 대한 선호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다만 하메네이는 이슬람 공화국이 과거 왕조 시절의 행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부자 세습에 반대해왔는데 이같은 기조를 미국의 공격이후까지 유지하고 있는 지는 불분명하다.
두 사람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후계자 후보다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는 반대파 탄압과 대외적으로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등 부친의 강경책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종교 신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그는 공식 직책은 없으나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메네이 부자(父子)의 권력 세습 시도에 대한 국내외 비판과 저항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하산 호메이니는 사회적, 정치적 제약 완화를 지지하는 개혁파에 가까운 인물이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주도해 2500여 년간 이어졌던 페르시아 군주제를 무너뜨린 루홀라 호메이니(1900∼1989)의 손자 하산은 조부의 후광으로 고위 성직자와 혁명수비대의 존경을 받고 있다. 
호메이니는 7명의 자녀를 뒀다. 이 중 차남인 아마드(1946∼1995)는 아버지를 도와 혁명에 깊게 관여했다. 한때 호메이니의 후계자 물망에도 올랐지만 49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아마드의 아들이 바로 하산이다. 조부, 부친과 마찬가지로 신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하산은 젊은 시절 축구 선수로도 뛰었으며 개혁파와 보수파 모두와 두루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 인권 등을 중시하며 미국과 내내 대립하고 핵 개발에 치중하는 강경 보수세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문가들은 비록 이번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이런저런 비판을 받고 있지만 후계자 선정 역시 하메네이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