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中, 트럼프 변덕과 새 압박에 대비해야" 지적

"펜타닐 등 분쟁 요인 해소안돼…이번 협상은 1단계에 불과"

중국이 과거와 달리 단호한 자세를 보이며 미중 관세전쟁 휴전을 이끌어 냈으나, 양국 간 분쟁의 근본 요소들은 해소되지 않아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현재 결과에 안주하지 말고 양국 간 충돌이 불가피한 다양한 분야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중국 푸단대 국제연구소의 우신보 학장은 "만약 이번에 중국이 단호하게 버티지 않았다면 중국은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은 미중 협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사(rhetoric)가 아닌 이번 일이 일깨워준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이고 변덕스러운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기술, 투자, 금융, 안보, 외교 등 다양한 수단을 모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10∼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회담을 통해 '90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다소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이 현재 결과만으로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경제 무역 문제만이 아닌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원료 공급 논란과 안보 분야 이슈 등 다양한 충돌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의 왕원 원장은 "관세전쟁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지 구조적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앞으로도 갈등이나 심각한 의견 충돌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전망했다.

왕 원장은 이어 "미국이 다시 중국을 압박한다면, 중국은 자국의 이익과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맞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면 이번 무역전쟁과 비슷하게 격렬한 충돌을 치르고 나서야 양국은 겨우 이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분석 책임자였던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면서 "미국은 다만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을 추구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현실적 우려는 '펜타닐' 문제"라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국 관계는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양국 간 충돌은 트럼프 행정부의 4년 임기 내내 이어지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 제네바사무국 중국 부대사였던 저우샤오밍은 "10%라는 관세 하한선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새로 수립하려는 미국의 핵심 전략으로, 중국 또한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라면서 "그렇기에 앞으로의 협상 과정은 길고 험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신보 학장도 "중국과 미국의 경쟁구도는 장기전이 될 것이고, 이번 무역협상은 그중 1단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suki@yna.co.kr